투자의 원칙 3, 4, 5

3. 남은 총알은 단 한 발. 맞추거나, 굶거나, 당하거나.
4. 청산 전까지 감정은 없다.
5. 잔 물결은 보내고 큰 파도를 타라.

오늘은 스캘퍼에게는 별로 도움되지 않는 얘기다.

당신은 맹수 사냥꾼이다.
타겟은 돈이고, 엽총은 시장. 총알은 역시 돈이다.

저 멀리 호랑이가 한 마리 나타났고, 당신을 눈치채지는 못한 것 같다.
탄은 단 한 발 남았고, 이 한 발만 제대로 맞추면 사냥에 성공한다고 하자.
두려움과 흥분을 이겨내고,
움직임을 잡을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고,
제대로 조준한 후 숨을 참고
쏴서 맞추면 된다.

이 중 단 하나만 실패하더라도 내가 저 호랑이에게 당하고 말 것이다.
오늘 저녁 끼니를 걱정할 게 아니라, 앞으로 끼니 걱정 할 일이 없어지고 말 것이다.

다만 총의 상태가 별로 안 좋거나, 오늘따라 눈이 침침하다거나.
바람이 많이 불어서 맞출 수 없을 것 같다거나 한 경우에는
내가 저놈이 지나가게 두고 안전히 집에 돌아간다면
컨디션이 좋은 날을 다시 기약할 수 있을 것이다.

고고닥 씨는 친구로부터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얘기를 들었고
소액을 입금하여 단 한 번의 매매로 주식으로는 몇 달치 기대 수익률을 내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매도하고 난 다음에도 코인의 가격은 계속 올라서 매매하는 건마다 수익을 냈다.
오히려 계속 매매를 되풀이하지 않았다면 더 큰 수익을 냈을 정도로 코인은 계속 상승하고 있었다.

지금도 계속 양봉을 찍으며 올라가는 분봉을 보니 몸이 달았고,
당장 카드론을 끌어 모아서 매수를 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어디다 돈을 쓸까 걱정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눈을 뚠 순간 고고닥 씨의 잔고는 원금의 30%.
몇 달치 봉급이 맘편히 자는 동안 날아가고 말았다.

고고닥 씨는 다행히도 초심자의 행운Beginner's luck을 얻었다.
이것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감정이 실려있지 않은 매수를 했기 때문이 아닐까?
시장을 잘 모르기에 두려움도 없었고 돈을 버는 것에 대한 기대도 없었던 것이다.
본인의 업종이나 좋아하는 회사 같은 종목을 매수했고,
그 회사들은 당연히 작전주도 아니었을 것이다.
매수한 그 순간은 급등하는 순간도 아니었고, 급락하는 순간도 아니었다.

데이트레이더들의 투자 원칙에는 오버나잇을 삼가라는 말이 꼭 포함되곤 한다.
그날 포지션은 그날 장중에 청산한다. 다음날까지 가져가는 리스크를 떠안기보다는 손절을 택하더라도.
특히 암호화폐 투자자들 중에는 주식시장을 접하지 않은 경우도 많아서 이런 매매를 아무렇지 않게 하곤 한다.

그렇지만 당연하게도 시장은 무자비하다. 무섭다.
당신에게 열린 포지션이 있는 한 잠든 때에도 시장은 날 선 도끼를 들고 당신의 베개 앞에 서 있다.
물론 저녁에 마신 술에 취해 뇌동 매매를 한 포지션은 두말할 것 없이 시장의 좋은 먹잇감이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본 수없이 많은 마진콜 경고 메일.
청산가 부근에서 박스권을 형성해서 자는 내내 시장은 내 목젖까지 날을 가져다 대고 있었다.

ⓐ 언제 포지션을 잡고, 청산할 것인가?
갑자기 분봉이 골든 크로스를 일으키며 급등하는 순간에 흥분하여 매수할 것인가?
정반대로, 갑자기 분봉이 데드 크로스를 일으키며 급락하는 순간에 두려워서 매도할 것인가?
분봉이 골든 크로스를 낼 때, 일봉은 볼린저 밴드 하한선을 뚫은 직후가 아닌지?
정반대로, 분봉이 데드 크로스를 낼 때, 일봉은 볼린저 밴드 상한선을 뚫은 직후가 아닌지?
그렇다면 이것들을 보내고 반대 포지션을 잡는다면 어떨까?
두려움과 흥분을 잡아내고, 차트마저 차분할 때 매매하라.

ⓒ 호랑이 사냥과는 순서가 바뀌었지만, 볼 수 있는 모든 데이터를 보고 조준하라.
재무제표건 소스코드건, 캔들이건 보조지표건 하나라도 불안하다면 오늘은 그냥 굶어라.
분봉을 봤으면? 시봉, 일봉, 주봉, 월봉 당장 볼 수 있는 건 다 봐라.
관련주, 해시레이트, 디램값, ... 관련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볼 수 있는 만큼 봐라.
빗맞추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만큼 보고도 조준이 잘 안되면 그냥 보내줘라.

ⓑ 분봉이 급등할 때, 일봉으로 숏포지션을 잡는 건 당연히 위험하다.
정반대도 마찬가지다. 떨어지는 칼날은 잡아도 피범벅이 된다.
일봉상 정현파의 스윙을 보고, 생각한 시점이 될 때까지 기다려라.
흥분하고 마음이 급해져서 일단 포지션부터 잡는다면 청산가에 시장이 칼을 들이밀 때마다 공포를 느껴야 한다. 물론 그 공포는 진짜다. 높은 가능성으로 죽는다.
분봉만 보고 0.5% 스윙에 시장가 매수를 한 순간 익절선은 1%가 넘어버린다.
당신이 차트에 그린 십자가의 실선이 무색하게 음봉이 따라온다면?
그 1% 때문에 원금, 당신의 피를 내어주고 만다.

ⓓ 노렸던 때가 온다면, 제대로 쏴라.
호랑이가 잡을 수 있는 정도로 움직인다면, 시장가로 잡던지.
날 잡아 잡수 하고 멈춰 있다면, 지정가로 잡던지.
그렇지만 갑자기 잡을 수 없을 만큼 빠르게 도망간다면, 아쉽지만 소리 내지 말고 돌아가자.
허공에 쏜 총 소리에 달려와 내 목을 가져가는 일은 없도록.

물론 반대로 청산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비루한 내 몸이지만, 벤자민을 쏠땐 제대로 한 발 쏘자. 남은 배럴엔 탄이 없을 수도 있다.
아무때나 대충 쏘고 후회하지 말자.



오늘의 이야기는 - 2017년 여름, 이더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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