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와 사기
사람들은 누구나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다. 여느 익명 투자게시판/채팅방을 보더라도 항상 했제충들이 1초에 하나씩 등판한다. ex) 내가 롱이라 했제~! 사실 그들의 말을 듣고 포지션을 잡은 사람도 없거니와 설사 그렇다고 해도 또 본인이 잘 잡은 거지 누구 말 들어서 잘 잡은게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했제충은 기본적으로 선동충들인데, 선동충은 본인의 포지션을 하늘에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아무 불안 없이 마음껏 까제끼고 본인과 같은 포지션을 잡자고 우기는 부류이다.
초보 했제충, 선동충(이하 했선충)들은 보통 기술적 분석은 전혀 모르고 가즈아 및 기도매매가 주 전법이므로 글 자체는 그닥 도움은 안되지만 해당 종목이 그만큼 저런 어중이 떠중이도 관심을 가지고 있구나라는 정도의 판단은 가능하며, 더군다나 했선충은 매우 순수하게 "내 생각이 맞으니 니들도 같이 사서 같이 부자가 되자" 라는 선한 이유로 글을 쓴다. 마치 무교 남편을 교회에 끌고 가려는 개신교 집안 처가처럼, 자기 생각에는 너무 좋은 나머지 권하는 것이다.
초보 했제충의 입장에선, 얼마나 신날 것인가? 바카라 하러 가서 암것도 모르고 플레이어 뱅커 찍어서 거는 것처럼, 바카라였으면 몰빵도 안했는데 심지어 온 시드를 몰빵했는데 어?? 맞았어, 막올라, 달달하기 이를 데 없는 것이다. 어떤 투자자나 그런 시절이 있었을 것이니 너무 고깝게 볼 것 없다. 레버리지가 큰 시장에서는 이 친구들, 며칠만에 사라진다. 뚝배기 터지고 어디 가서 돈 또 구해와서 한번 더 베팅하면 그땐 좀더 신나서 했제 하겠지만, 또 며칠 못간다.
주식시장 같은 심드렁한 시장에서는 더 재밌는게, 상승장에 주식 시작한 친구들은 죄다 자기가 워렌버핏인줄 안다. 차트도, 기업분석도 안하는데 막 일년치 연봉 벌었고 하면 신이 나지 안 날 수가 없다. 물론 당연히 차트고 뭐고 공부할 필요가 있나? 공부 안하고도 몇천을 벌었는데 할 필요성도 못 느낀다. 이런 친구들 옆에 가서 괜히 차트가 어떻고 하니 이제 위험하다거나, 공부를 좀 해보는게 어떠냐 해봐야 이상한 꼰대 취급 받으며 비웃음만 살 뿐이다. 이런 친구들한테는 차트도 읽어줄 필요가 없다. 지가 물어봐서 열심히 어쩌고 저쩌고 설명 해줘봐야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니... 시장이 호락호락하지 않음을 배우고, 배우고 나서도 포기하지 않고 전장에 돌아왔을 때 비로소 시장 분석의 동료로써 얘기를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조금 배운 했선충들은 이제 차트나 뭐 어디 소스 얘기를 하면서 이러이러하니 이렇게 될 것이다 얘기를 할 수 있게 되는데, 어차피 사람들은 이 했선충들의 말을 전혀 믿지 않는다. 얘네들이 잔고 까고 포지션 까고 해봐야 소용이 없고, 오히려 유료 카톡방 같은데 들어가서 토토하는 것마냥 무당픽 받으면 신주단지 모시듯이 떠받드는 형세다. 이것은 왜냐, 비단 조선인의 특징인 것은 아니고 인류의 특징으로 보이는데, 공짜로 얻은 정보는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말로 이 했선충의 분석이 맞다면 온 친가외가처가 원기옥을 끌어다 모아서 혼자 박았지 나한테 얘기를 굳이 할까?
그런데, 위에서 얘기했듯 이 했선충들이 분석을 공유하고 차트를 읽어주는 것은 개신교 신자같은 마인드인 것이다. 전혀 당신을 이용하고자 함이 아니다. 얼마나 선하고 원러브 피스 유니버스인가? 이 친구들이 당신을 이용한다는 생각 자체가 별로 말이 안되는게, 했선충들의 주 타겟층인 초보층들이 몇십억 단위 돈을 했선충 말만 듣고 들어와서 들은 포지션 대로 시장가로 때려박아줘야 이 친구들의 이익인데, 당신은 기껏해야 계좌에 몇백만원 있는 소액개미 아닌지? 슬슬 차트를 읽고 원칙이 생긴 했선충들의 분석은 들을 것도 있다. 내가 못 본 다른 커플링 종목의 정보라던지, 다른 시장의 정보라던지 하는 걸 (조금만 지나면 깨달음을 얻고 공유하지 않을 정보를) 신이 나서 떠들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말은 가끔 귀기울여 들어도 나쁠 것 없다.
진짜 피도 눈물도 없는 이 돈놀이판 채팅방에서 선동을 당할만큼의 초보자들을 잘 이용하는 방법은 나와 같은 방향으로 선동하는 것이 아닌, 나와 반대 방향의 포지션을 잡게 하는 것이 좋다. 내가 상방을 예상하고 롱포지션을 잡고 있다고 했을 때, 초보자들에게 여기가 인생 고점이니 숏자리라고 선동해서 고배율 숏들을 생성시킨다면(물론 이들의 매매는 시장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으므로) 이건 내 예상이 맞았을 경우 윗꼬리를 그려주는 청산쇼의 원료가 된다. 큰 시장에선 쉽지 않지만, 이론적으론 가능하다. 만약 당신이 방송까지 타는 거물 트레이더다 하면, 코스피 숏포지션 후 대장주 매수선동에 성공한다면.... 패닉셀 밑꼬리 달달하지라??
댓글
댓글 쓰기